“어기야! 매 날아간다.”

2008. 4. 2. 17:26포토에세이-사진기행

 

“어기야!   매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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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기야! 매 날아간다.”

봉받이가 소리치자 나무 위에 앉아 신호를 기다리던 매가 하늘 높이 치솟는다. ‘꿩 잡는 게 매’라고 했던가? 매는 잠시 하늘을 날아 정찰한 뒤 어딘가를 향해 날쌔게 돌진한다. 그리곤 날아오른 꿩을 공중에서 바람같이 낚아챈다. 지켜보고 있던 봉받이는 “그렇지!”라는 외마디 함성과 함께 정신없이 매를 향해 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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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상들이 고조선시대부터 시작한 매사냥. 훈련된 매는 꿩이나 산토끼 등을 잘 잡는다. 

매사냥은 단순한 사냥이 아니라 매를 부리는 ‘봉받이’가 매를 날리면 10여 명의 ‘털이꾼’들이 꿩이나 산토끼 등 사냥감을 몰고 두세 명의 ‘배꾼’이 매가 어디로 가는지 쫓아가는 집단적 행위이자 놀이였다. 충남 금산에서 매사냥으로 무형 문화재 보유를 인정받은 박용순(47) 씨를 통해 지금은 보기 힘들어진 매사냥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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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받이인 아버지로부터 12살에 매사냥을 배우고 35년째 매사냥을 하고 있는 박용순 씨. 하지만 털이꾼과 배꾼은 어디다 두고 혼자 나왔다. 가끔 동네 사람들이 도와주긴 하지만 시골이라 인적이 드물고 젊은 사람은 더욱 찾아보기 힘들기에 털이꾼과 배꾼마저 그의 몫이 되었다. 그러니 사냥에 나선 그는 몇 배로 더 바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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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이 꿩을 낚아채자 잠시 얼굴에 웃음이 번질 틈도 없이 매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간다. ‘창’은 그의 사냥매 이름이다. 매는 어느 정도 먹어야 사냥할 의욕을 느끼지만 너무 많이 먹어 배가 차면 더 이상 사냥을 안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는 도망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사냥에선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매가 사냥감을 잡고 슬슬 배를 채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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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가 어느 정도 배를 채우길 기다리던 박용순 씨는 꿩을 사냥 망태에 넣고 매사냥용 가죽장갑 ‘버렁’ 위에 다시 매를 올려놓는다. 그리곤 보슬보슬 내리는 눈을 헤치며 담배 한 대를 입에 물고 집으로 향한다. 담배 연기 속에 그의 흐뭇한 미소가 보일 듯 말듯한데 그의 뒷모습이 왠지 쓸쓸해 보이는 이유는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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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매사냥할 때는 분위기가 좋았습니다. 마을사람끼리 함께 모여 사냥하면 단합도 되고 끝나면 마을잔치까지 벌였으니까요.”

유구한 역사를 지닌 매사냥이 마을잔치, 마을놀이로부터 멀어져 ‘문화재’가 된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올해는 그를 도울 젊은 봉받이 몇이라도 있었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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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글 유수


위 사진과 글은 월간 민족21 2005년 2월호에 연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