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에세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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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장군이 생의 마지막 한 자락에서 찾은 술, 죽력고(竹瀝膏)
녹두장군이 생의 마지막 한 자락에서 찾은 술, 죽력고(竹瀝膏) “형,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있겠어요? 취해서 사진이 다 흔들리는 거 아니에요?” 날씨도 쌀쌀해지고 밤도 깊어지니 이번 사진기행은 전통술을 찾아가기로 했다는 말에 한 후배 사진기자가 대뜸 던진 말이다. 잘 마시지는 못해도 남 못지 않게(?) 술을 즐기는 필자로선 아닌 게 아니라 양조장에서 갓 담근 질 좋은 술을 그 자리에서 먹어보는 기회가 오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것도 조선의 3대 명주 중 하나라는 ‘죽력고’를 찾아 나서는 길인데…. 사진/글 유수 약인가 술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태인양조장’. 전북 정읍시 태인면에서 40년 넘었다는 태인양조장은 그 세월만큼 낡은 2층짜리 건물의 페인트가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고 그 앞의 ..
2008.04.02 -
땀방울이 빚은 참물 쪽빛
땀방울이 빚은 참물 쪽빛 우리는 청명하고 아름다운 푸른 빛깔을 내는 하늘과 바다를 흔히 ‘쪽빛’이라 표현한다. 올해도 여전히 그 쪽빛은 푸른 하늘이 되어 우리 옆에 다가왔다. 왜 이 쪽빛만 보면 가슴이 그토록 설레이는지…. 하지만 한때 그 쪽빛을 우리도 모르게 버렸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알까? 하늘을 닮고 우리의 마음을 닮았다는 쪽빛을 한결같이 지켜온 사람이 있다기에 전남 나주를 찾았다. 사진 글 유수 젊은 예술가 정관채 나주 터미널에서 5분쯤 더 가서 내린 영산강삼거리. 여름은 어느새 시들고 강가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상쾌함을 더해줬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유혹을 던지던 쪽빛하늘은 서울서부터 따라와 지켰는지 구름때가 좀 끼었지만 여전히 그 푸른 빛깔을 잃지 않고 있었다. “저, 혹시 민족21…, ..
2008.04.02 -
“대 있는 곳에 마을 있었고 마을 있는 곳에 대가 있었제”
“대 있는 곳에 마을 있었고 마을 있는 곳에 대가 있었제” 스르륵 스르륵∼ 샤∼샤∼. 맴 맴 맴 맴 메∼. 대나무 숲에 몇 발자국 들여놓았을 뿐인데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금새 자동차 소음을 지워버린다. 극성스런 울음으로 장단이라도 맞추는 매미소리들. 그러나 정작 발걸음을 막은 것은 시나브로 밀려온 청량한 대나무 향이었다. 사진 글 유수 “예전에는 도시락 같은 것도 다 대나무통에다 넣어 싸 가지고 다녔제라. 학교 근처 개울에다 등교할 때 폭 담갔다가 점심시간에 그놈을 꺼내서 그냥 떠먹었어라. 지금 애들은 그걸 모르겠지만 20년 전까지만 해도 다 그랬어라.” ‘죽취일’오니 ‘우후죽순’이라 7월 8일 전남 담양 죽녹원으로 가는 택시에서 40대 중반의 기사 아저씨는 담양 대나무에 대해 어릴 적 추억을 ..
2008.04.02